책리뷰 소설책출판 No 1,275오직 한 사람의 차지한국 단편소설폴라일지 작가 김금희크리스마스타일 김금희 작가;은 어떤 이유인지 잘 읽히지 않았기에, 그 전에 읽은 작가의 글들을 잊혀지게했다. ;는 여러 문학지에 실린 글을 엮어 만든 한국 단편소설집이다. 어떤 이야기는 좋았고, 어떤 이야기는 잘 읽히지 않았다. (이건 상당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의 호불호의 경계가 더 이상 명확하지 않기에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을 읽는 일이 즐거움이기는 하다. 백지연 문학평론가의 이야기처럼 한 문장씩 정성스럽게 쓰는 느낌이 드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p277 김금희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정성껏 요리하는 것, 이것 말고 다른 조리법은 없다라는 헨리 제임스의 고전적 명언이 자연스럽게 소설책출판 떠오른다. 김금희의 소설은 한 줄 한 줄 온 힘을 기울여 정교하게 쓴 문장이 선사하는 심미적 쾌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다른 작가들의 단편 소설들은 대게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겠다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면, 김금희 작가의 소설은 이야기조차 신선하다. 정통 소설작가계의 정세랑 작가의 이야기같은 소설이랄까. 체스의 모든 것대학의 영미 잡지 읽기 동아리에서 만난 노아 선배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외부 일들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인물이다. 어느 날 화자인 영지는 동아리방에서 노아선배, 국화와 마주한다. 국화는 부각되는 인물은 아니었으나 화자가 약간 신경을 쓰고 소설책출판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국화와 노아선배가 체스를 두기 시작했는데, 체스룰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언쟁을 벌였고, 순서를 정하는데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면 말을 어떻게 정하지?뽑기로 정하면 되잖아요그거야말로 언페어인데?그게 왜 언페어인데요?우연에 맡기는 게 왜 페어야?우연에는 개입이 없으니까 페어하죠보다못한 화자가 순서를 정해주고 둘은 체스를 두는데, 룰을 알지 못하는 화자는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화자는 체스의 룰을 하루 독학해서 배웠는데 그때 선배가 말한 체스의 룰이 대부분 옳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 국화는 왜 노아선배에게 그런식으로 대했고, 노아 선배는 이후에 국화에게 쩔쩔매게 되었을까? 삐삐만 갖고 있는 국화에게 소설책출판 노아선배는 뜬금없이 휴대폰을 선물하고 국화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니까 노아선배는 사회의 부적응자이고, 국화는 부적응자인 노아선배의 모습을 비틀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사람이다. 그 사이에 끼어있는 화자는 노아선배에게 감정을 느끼지만 고백하지는 못한다. 그들은 어느 사이 멀어지고 서로의 사연으로 세월은 흘렀다. 각자의 세월이 겹치고 흩어지고 다시 겹치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상처가 어떻게 관계를 만드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p22 모든 것을 참아내는 것이란 안 그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절박함에서야 가능한데 그렇다면 그 감정은 사랑이 아닐까.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단편소설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다. 화자인 나는 로스터리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이고, 여사장은 소설책출판 화를 잘 내는 냉혈한 고용주였다. 사장은 화내는 이유가 다양했고, 늘 직원의 예상을 벗어나곤 했다. 소설의 시작에서 화자는 로스터리에서 일하는 잘 생긴 직원인 '은수'의 신발을 사장이 신어보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어느 날 사장과의 면담시간에 사장은 은수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 뭘 다봤니? 다 봤다는데 뭘 봤어?라는 사장의 질문에 등골이 오싹해진 화자는 일단 사과를 하고 그날 본 이야기를 자세히한다. 은수가 대청소하다가 물벼락을 맞았는데 사장이 택시비를 주자,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간 이야기로 시작했다. 사장은 왜 그랬을까. 하고 물었는데 화자는 은수가 절약을 하는 알뜰한 사람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사장은 화자가 소설책출판 은수와 잘 아는 사이냐며, 은수에 대해 여러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화자는 은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사장은 화자에게 택시비와 함께 다음날 늦게 출근해도 된다고 한다.그 이후에도 사장은 은수에 대해 질문을 하고, 화자는 은수에 대해 더 잘알기 위해 은수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거기다가 화자는 사장과 함께 동대문 시장에서 함께 밤 쇼핑을 하거나 저녁을 먹는 등 친한 관계가 되었고, 급기야 사장은 '언니'라고 부르라고 한다. 은수를 사랑한 사장, 가난한 은수, 그 사이에 화자 또한 은수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책출판 은수앞에서 사장은 셰익스피어의 ;를 낭독하는데...p56 운명이여 내 외모가 그이를 매혹시키지 않았기를@ 나를 열심히 보았지. 정말 너무 그래서 그분의 눈이 할말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틀림없어. 그이는 날 사랑해. 앞으로 어찌될까?사장이 사랑을 예깜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그 대사를 읽을 때 나는 로커룸의 조명을 받고 있는 사장의 모자 없는 머리위로 어떤 것이 흘러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명랑하고 쾌활한 대화로도 구원되지 않는 사장의 오랜 불행 같은 것이.김금희 작가의 말김금희 작가의 소설 속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상처는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자신의 상처를 대면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소설책출판 수 없다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듯, 김금희 작가 또한 그런 작업을 거친듯하다. ;아주 오랫동안 마음이 상하는 일을 두려워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인정하지 않고 싶었지만 돌아보면 그것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과일이 물러지듯 자연스러운 일. 상할수록 더 진하고 달콤한 향을 내는 무언가가 있다고 마음이 다치는 과정을 미화할 생각은 없지만 상처를 들여다보는 사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실, 깨달음, 아름다움, 서글픈 환희를 발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붙드는 일, 삶에서 우리가 마음이 상해가며 할 일은 오직 그뿐이라는 생각을 한다25년 4월 1,275번째 독서기록오직 한 사람의 소설책출판 차지, 김금희문학동네꿈꾸는 유목민팬이 되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