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여름에도 다시 보내주세요!"
캠프에 간 지 2주 뿐이 지나지 않았던 때. 아니 여전히 2주 간의 캠프과정이 남아 있었는데 아들이 제가 전화로 했던 말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 제 머리 속에 있던 여러 걱정들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상호를 처음 캠프에 보내기로 결정을 했던 것은 재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단짝 친구가 필리핀 영어캠프에 가기로 한다고 했을 때 보내달라고 하는 상호에게 '그러마'하고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유행했던 신종플루와 함께 부모 없이 한 달동안 외국에서 상호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상호는 그 해 필리핀 영어캠프를 가지 못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상호가 너무 의기소침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 가서 우리와는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보라는 생각에 다시 영어캠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4학년 때와는 달리 상호의 반응은 기대와는 달리 (안가겠다는 말은 안했지만) 시큰둥했습니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가서 말썽만 부리지는 않을까? 돌아오고 싶다고 전화하지는 않을까?....' 재작년과 마찬가지로 여러 걱정이 있었지만 보내기로 했습니다. 상호를 믿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미덥지는(?) 않았지만 CIA를 소개를 해준 플러스와 CIA를 믿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상호는 캠프로 떠났습니다.
CIA에서 올려준 사진을 보면서 잘 적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주일 후 다 쉰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쇼핑을 했구여. 낚시도 했어요.' '재미있어?' '네.' (생각해 보니 이 대화를 상호가 영어로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나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나 봅니다.) 라고 짧게 말하는 상호를 보면서 '잘못 보냈나...'라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전화에서 힘차게 '다시 보내주세요!'라고 말하는 상호를 볼 때 상호에게 정말 좋은 선택을 부모인 제가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IA선생님! 고맙습니다 ! 상호가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느끼게 된 것은 아마 선생님들의 세심한 준비와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캠프의 특성상 '영어'는 당연한 것일지 모릅니다. CIA에서 상호와 같은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영어 수업내용이 분명 좋았을 것입니다. 필리핀 선생님과 떠나오기 전 날 팔찌(?)를 교환했다는 것에서 상호가 필리핀 영어선생님을 좋아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간평가의 결과를 통해서 상호는 자기의 독해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지선생님과 대화를 하는데 어휘력이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갔다와서 어휘 실력을 늘린다고 단어를 열심히 외우는 상호를 보면서 대견함을 느낍니다. 스스로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들의 영어판을 사서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는 상호를 보면서 영어캠프가 상호에게 준 큰 선물이라 여깁니다.
(상호와 팔찌를 교환한 필리핀 현지선생님입니다. 팔찌는 추억이 되어 상호의 책상 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만 열심히 가르쳐 준다고 상호가 즐거워할 리가 없었습니다. 수업과 함께 CIA에서 준비한 다양한 레저 활동이 정말 좋았나 봅니다. '루어 낚시. SM과 가이사노 방문. Home Visit. School Visit. 바나나 보트와 제트 스키 타기. 매일하는 수영 등의 스포츠 활동... 들었던 것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갔다 온 후에 수다스러운 상호가 순식간에 쏟아내는 그 모든 내용들을 가 보지 않은 제가 다 기억하기에는 무리가 있나 봅니다. 제가 기억을 못한다 해도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했던 모든 것들을 제가 말해주던 상호의 눈빛이었습니다. 정말로 CIA 영어캠프에 다시 가기를 원하는 상호의 눈빛. 캠프의 교육과정 중에서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는 상호의 말을 통해서 CIA의 세심한 교육 프로그램이 정말 좋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그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는 선생님이 훌륭한 자격이 없다면 캠프가 잘 될리가 없습니다. 좋은 프로그램과 훌륭한 선생님들이 만나서 만들어 낸 '세부에서의 상호의 아름다운 기억'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상호가 Zilar와 Ukey라는 2명의 필리핀 친구들을 알게 된 School Visit의 사진입니다.
상호는 그 친구들을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원하고 있네요. )
(미끼도 없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면서 신기해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중3누나들은 14마리를 잡았지만 자기는 3마리 밖에 못잡았다고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고 합니다.)
상호가 돌아오는 날에 늦게 공항에 도착한 저를 위해서 한 시간 가령 공항에서 기다려주셨던 CIA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 명이 함께 기다리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영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라고 떠나는 날 실장님(?)께서 하셨던 말이 공염불이 아니였구나라고 느겼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아이들 생각하신다면 필리핀 세부에서도 그러셨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두서없는 상호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갔다와서 상호가 했던 말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Dried Mango를 건네주면서) 아빠! 필리핀 최고(?)의 기념품인 Tiger Stick과 Dried Mango'를 사올려고 했는데. Tiger Stick가 다 팔려서 못 사왔어요. 다음에 갈 때 사올게요."
이제 당연히 다시 갈 것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Tiger Stick가 뭔지는 모르지만 먹어보려면 겨울방학에 상호를 다시 CIA영어캠프에 보내야 하나 봅니다. 기분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