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졌을때는 많이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손가락 발가락 온전히 제자리에 있는 건강한 아이만 태어난다면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예쁘고 건강한 아이가 제 가슴에 안기니 어느새 그 약속 잊어버리고 남들보다 총명하게 자라길 소망했습니다. 처음 가졌던 그 소박했던 엄마 마음에는 조금씩 욕심이 자라나고 초등학교 입학식날에는 가지런히 줄 맞춰선 아이들에게서 내 아이의 키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정윤이가 행복하고 따뜻한 아이로 자라나길 바랬지만 온전히 그것만이 제 바램은 아니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사촌 언니들이랑 오빠들처럼 정윤이도 잘해내기를 늘 애태우며 지켜보았고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입에선 언니들과 비교하며 정윤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가져보지 못한 시간들. 엄마가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선물하면행복할거라 믿었지만 정윤이는 이미 엄마의 욕심을 눈치챈 듯 했습니다.웃는일이 줄어드는 정윤이를 보면서 가슴아팠지만 일상의 틀에서 상황을 바꾸기는 쉬운일이 아니더군요.생각끝에 조카가 다녀온 CIA캠프에 정윤이를 보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준비하는동안 늘 이 홈페이지가 때로는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희망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1월 3일. 인천까지 함께가지 못하고 김해공항에서 정윤이를 떠나보내면서 정윤이가 뱃속에 있을때 가졌던 그 마음을 다시 생각했습니다.많이 바라지 않을테니 신나고 행복한 시간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만을 ...공항에서 돌아오자마자 맨처음 학부모 편지를 정윤이에게 보냈습니다. 그렇게 제 마음을 매일 정윤이에게 고백하면서 그동안 가졌던 욕심들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정윤이를 보내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그리움들을 편지에 실어 보내고. 또 정윤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많은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답니다.캠프장 곳곳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 친구들 속에 둘러싸인 모습. 필리핀 선생님과는 어떤날은 말이 통하지 않는지 찡그리다가. 어떤날은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웃어대는 모습. 한국은 유난히 한파소식으로 추웠던 지난 겨울에 신나게 수영하는 모습. 선생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홈스테이날의 즐거운 모습. farewell party에서 선생님과친구들에게 멋진 댄스를 보여주며 행복해 하던 모습...내 아이의 입크기를 다 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헤어짐이 아쉬워 선생님과 친구들을 끌어안고 우는 사진을 볼 때는 저도 함께펑펑 울었답니다..캠프에서 돌아온 정윤이는 이제 엄마에게 끌려다니는 우울한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해야할 것들을 챙겨나가는 행복한 아이가 된 듯 합니다. 5학년때는 반장선거에서 반장이 되어 기뻐했지만. 이제는 친구를 반장으로 지원하고도와주며 더 즐거워합니다. TV나 컴퓨터보다는 책 읽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읽으라고 해서 읽던 책이. 읽고싶어 읽는 책으로 바뀌니 하루에도 두 세권씩 읽어냅니다.영어학원 선생님께서도 많이 칭찬해 주시고 매일매일 행복한 정윤이 모습을 볼 수 있어 저 또한 행복합니다. 엄마에게도 정윤이에게도 귀한 휴식이 되어준 CIA에서의 6주간의 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영어캠프'를 검색하면 수없이 쏟아지는 많은 사이트들 중에 이것저것 꼼꼼하게 비교해가며 CIA를 선택해 내게 시행착오를 덜어준 동생 덕분에 조카도 정윤이도 평생 잊지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맙단말을 전해야 할것 같습니다. 소진이의 동생도. 정윤이의 동생도 보내야 하는데 정윤이도 한번 더 갈거라고 하네요..--;;정윤이 보내면 그 때도 지금처럼 잘 가르쳐 주세요..일일이 말씀 드리지 않아도 선생님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 보냅니다.늘 건강하세요... 2010년 3월 18일 강정윤 엄마 신 미 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