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가되는법 자연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인간과 자연이 맺는 관계에 대한 독특한 비유그림책의 물성을 활용해 탁월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박현민 작가님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인 『도시 비행』, 『빛을 찾아서』, 『엄청난 눈』에서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가 중심이 되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팽팽한 긴장감과 역동적인 전개로 서사가 돋보이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전설 속의 존재 ‘예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인간이 자신과 다른 존재와 공존하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을 던집니다. 합리성 이면의 욕망을 드러내 보이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깨트리는 작품이에요. 나와 다른 존재를 존중하는 법을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의 작업 과정을 작가님의 목소리로 전합니다.박현민 작가님Q1. 이번 작품에서 예티가 등장하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는데요, 작품 속 캐릭터로 어떻게 예티를 떠올리게 되셨나요?저는 어렸을 때부터 예티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요, 책이 나올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예티를 잘 모른다고 해서 오히려 작가되는법 너무 놀랐습니다. 예전에는 빅풋이나 네스호의 괴물 같은 신비 동물들이 엄청난 인기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탐험과 확장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늘날에는 미지의 땅이나 새로운 동물이 발견되기를 기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의 동물들이 멸종되는 것을 걱정합니다. 이런 시대를 맞이한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우리는 예티 같은 존재들을 믿는 사람을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보고 믿는 것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가요? 우리는 가짜 뉴스와 가짜 권위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그들’을 비난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확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누구나 주변 사람과 집단에서 확신을 전달받기 때문인데요, 그중에 잘못된 것이 섞여 있어도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는 다른 확신을 가진 집단을 어리석고 악하다고 생각하면서 대화를 단절하고 있고,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에서는 예티학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세계를 풍자하고자 했습니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진짜인지 헷갈리게 하고 싶었고, 나와 생각이 다른 작가되는법 타인과의 공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Q2. 제한된 색 사용은 작가님의 개성적인 작업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책에서는 어떤 의도로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그림책은 대량 생산되는 상품이지만 창작자의 의도와 오리지널리티가 투영되는 오브제이기도 하다는 개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나의 색이 하나의 잉크로 인쇄되는 별색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저는 이 책이 특별히 인쇄되었다는 사실을 모든 독자가 인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펄이 들어간 특별한 인쇄를 제안했고 출판사와 인쇄소 모두의 노력으로 특별한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도시 비행』도 마치 많은 색을 사용한 것 같지만, 인쇄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색(CMYK)만을 개별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인쇄되는 잉크만을 사용하는 것을 가정하여 그림을 구성하기 때문에 출판물에서는 많은 색을 사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아주 많은 별색을 사용해 보고 싶습니다.Q3. 색과 공백의 조화를 강조하는 작업 방식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네거티브를 주요 소재로 삼는 이유는 작가되는법 책이 유일하게 물성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여백을 볼 때 독자는 종이라는 물성을 직관적으로 느낍니다.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는 둘 중 하나만 존재할 수 없는데요, 이는 제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관계’의 측면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네거티브만 보여줘도 포지티브가 드러납니다. 생략해도 보인다는 사실은 제가 책에서 항상 주제로 삼았던 ‘틀’과 관련됩니다. 우리는 이미 완성된 틀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세상을 그것에 끼워 맞춥니다. 그리고 저는 독자가 그 ‘틀’을 해체하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저는 책에서 유진이 쌀국수를 들고 산을 오를 때 산과 배경이 뒤바뀌는 장면과 엄마 예티인 산이 움직이는 장면을 좋아하는데요. 단순한 배경이었던 산이 움직이는 순간, 우리는 그 패턴 속에서 다른 것을 찾아보게 되면서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본문Q4. 작품에서 친구인 듯 아닌 듯한 유진과 예티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어떤 관계를 그려내려고 하셨나요? 그리고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작가되는법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합니다.관계는 상호적이기 때문에 그 자체에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주도를 참 좋아해서 계절마다 다녀오곤 했는데요, 요즘 제주도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한 개발로 예전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한탄하곤 합니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요? 제주도를 좋아해서 찾는 사람들은 제주도의 개발과 상업화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동물원이 필요 없고, 산을 싫어해서 가지 않는 사람은 산을 더럽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자들을 비난하지만,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우리가 어떤 것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은 더 가까이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경우, 더 나아가 통제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자연이나 다른 동물들처럼 너그러운 상대에게서는 더욱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대상을 원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관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가 원했던 대상 역시 더 이상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게 됩니다. 만물은 유전하고 관계도 작가되는법 마찬가지입니다. 친구 관계란 잠시 함께 포즈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음악에 춤을 추는 것입니다. 관계에서 자신만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은 함께 추는 ‘진정한’ 춤의 희열을 모릅니다.Q5. 이번에 작업하시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나 고민되었던 부분이 있으셨나요?작업은 항상 외롭습니다. 그래서 편집자님, 디자이너님과 시너지를 이루는 순간이 가장 기쁩니다. 덕분에 가 보지 못한 길을 간다고 하며 새로운 시도를 즐겁게 지지해 주셨을 때 기뻤습니다. 독자분들이 이 이야기를 단순히 우정에 대한 이야기로만 이해하거나 블랙유머를 이해하지 못하실까 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의미와 이야기를 발견하시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뻤습니다.리노컷으로 구상한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속 한 장면Q6.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가요?처음에는 본성에 관한 생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손가락을 가동범위 이상으로 움직여 보고 싶었어요. 손가락을 항상 뒤로 젖히면서 훈련하면 언젠가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가되는법 훈련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마음먹은 대로 하는 법을 아시는 분은 매일 딴짓하느라 작업을 미루고 있는 저에게 제발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게 마음먹는 대로 된다면 중독이나 다이어트 같은 단어는 사라질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약한 의지력을 비난하지만, 의지가 욕구나 본성을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오만 자체가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싸워서 이기려 하기보다는 싸움 자체를 피하는 편이 좋은 방법입니다. 자기 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의지력이 강하다기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어떤 트리거가 어떤 행동을 일으키는지 알고 있으며 자신을 시험에 빠뜨리는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트리거는 ‘고수’ 같이 사소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를 억지로 누르고 있다면 어떤 순간에는 폭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자기 내면의 일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 친구 등 많은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수이기도 합니다.과거에 스키너와 같은 행동주의 학자들은 강화와 작가되는법 처벌로 무엇이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훈련 끝에 비둘기가 원판을 쪼면 먹이가 나오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비둘기의 쪼는 행동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예티를 윽박질러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달래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데려가는 것이 쉬운 방법일 것입니다.예티는 행복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예티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완벽함이란 어떤 걸까요? 우리는 이것을 먼저 잡아 와서 내 곁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옆에 두는 순간, 그것은 변질됩니다. 왜냐하면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음대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그곳에 도착하면 행복이 있을 거라 착각합니다. 제 생각에 행복이란 길을 안내해 주는 도우미일 뿐입니다. 예티가 안내해 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함께 여정을 즐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끝)『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을배경화면으로 소장해 보세요!